DAY 03

셋째 날, 한복 입고 궁궐에 가요

오늘은 아이니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경복궁에 가는 날이에요. 조선의 임금님이 나랏일을 보시던 궁궐을 두 발로 걸어서 구경하고, 서촌과 인사동 골목을 누비며 옛 시절의 냄새와 맛을 만났어요.

먹는 것

서촌 베이커리 아침

서촌이에요. 조선 시대엔 사대문 안쪽 서쪽 마을이라 이렇게 불렸고, 겸재 정선이 인왕산 자락을 그리며 걸었던 동네래요. 지금도 좁은 골목에 낮은 기와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 틈에 작은 빵집이 하나씩 숨어 있어요.

그런 골목 안 빵집에서 하루를 열었어요. 폭신한 빵을 조금씩 뜯어 먹는 동안 창밖으로 전깃줄과 기와지붕이 겹쳐 보였어요. 오래된 동네에서 먹는 아침이라 그런지 빵도 유난히 구수하게 느껴졌어요.

부드러운 빵이라 아이니도 편하게 먹을 수 있어요
가는 곳

한복 대여점

한복을 빌려 입었어요. 한복 입은 사람은 궁궐에 공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아니? 2013년부터 문화재청이 정한 규칙인데, 옛 옷을 입고 옛 궁을 걸어 보라는 뜻으로 그렇게 정했대요.

저고리 옷고름을 나비 모양으로 묶고 나니 거울 속에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았어요. 색동 소매를 살짝 흔들어 보니 치마가 사르르 따라 움직였죠.

이런 걸 봐요: 알록달록 저고리, 아이니만 한 작은 한복

경복궁 광화문

광화문이에요. '왕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밝게 비춘다'는 뜻으로 세종대왕이 직접 이름을 지었대요. 1395년에 처음 세워졌지만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고, 흥선대원군이 다시 짓고, 일제강점기에 헐렸다 옮겨졌다가, 지금 자리에 원래 모습대로 다시 선 게 2010년이래요. 지붕 위에는 화재를 막아 준다는 상상 속 동물 해치 조각이 앉아 있어요.

문 앞에는 옛 옷을 그대로 갖춰 입은 수문장이 서 계셨어요. 저 붉은 옷과 깃털 모자는 그냥 멋으로 입은 게 아니라, 실제로 궁을 지키던 수문장의 정식 복장을 그대로 되살린 거래요.

이런 걸 봐요: 크고 웅장한 대문, 수문장 아저씨

수문장 교대의식

흥례문 앞에서 수문장 교대의식을 봤어요. 1996년부터 매일 이 자리에서 재현하고 있는데, 옷과 무기, 걸음걸이 하나까지 조선시대 병서에 남은 기록을 그대로 따라 만들었대요. 그러니까 저건 그냥 연기가 아니라, 옛날 수문장들이 실제로 하던 그 일을 오늘 다시 해 보는 거예요.

북소리에 맞춰 대열이 움직이고, 구호를 외치며 교대가 이루어졌어요. 몇백 년 전 이 문을 지키던 사람들도 똑같이 이 소리를 듣고, 이 순서로 움직였겠죠.

이런 걸 봐요: 둥둥 북소리, 알록달록 깃발

근정전

근정전이에요. '부지런히 나라를 다스리면 이루어진다'는 뜻을 담아 이름 붙인, 경복궁에서 임금이 신하들과 정식으로 만나던 자리예요. 마당에 늘어선 돌기둥, 품계석은 문관과 무관이 벼슬 순서대로 설 자리를 정확히 표시해 둔 거래요. 조회 때마다 누가 어디 서야 하는지 헷갈릴 일이 없었겠죠.

안쪽 옥좌 위 천장에는 발톱 일곱 개짜리 황금 용 두 마리가 새겨져 있어요. 용은 왕의 상징이었으니, 임금이 앉는 그 자리 바로 위에 가장 크고 화려하게 그려 넣은 거예요.

이런 걸 봐요: 넓은 마당, 임금님의 옥좌

경회루

경회루예요. 나무로 지은 정자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데, 마흔여덟 개나 되는 돌기둥이 이 큰 건물을 떠받치고 있어요.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임금이 신하들과 잔치를 벌이거나, 다른 나라 사신을 맞던 자리였대요.

연못에 정자가 그대로 비쳐서 물속에도 또 하나의 경회루가 있는 것 같았어요.

이런 걸 봐요: 연못 위 커다란 정자, 물에 비친 그림자

향원정

향원정이에요. '향기가 멀리 퍼진다'는 뜻인데, 1887년에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로 전깃불이 켜졌대요. 경복궁 옆 건청궁에서 전기를 끌어와 향원정 앞 연못물로 발전기를 식혔다고 하니, 조선에서 제일 먼저 전깃불을 본 사람들이 바로 이 연못가에 서 있었던 셈이에요.

물 위에 비친 향원정을 보고 있으니, 그림책 속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이런 걸 봐요: 육각형 정자, 연못에 비친 모습
먹는 것

차이치 만두 점심

서촌 골목 안 작은 만두 가게 차이치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만두는 원래 중국에서 건너온 음식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김치와 두부를 넣으며 조선식으로 바뀌었대요. 교자만두는 그중에서도 얇은 피에 육즙을 가득 채운 일본식 조리법을 받아들인 거고요. 이 작은 접시 하나에도 여러 나라를 거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이죠.

한 입 베어 물면 안에서 육즙이 촉촉하게 퍼졌어요. 궁궐을 실컷 걸은 다음이라 더 맛있게 먹었죠.

촉촉한 만두라 아이니도 술술 잘 먹었어요
가는 곳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이에요.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이 실제로 쓰던 물건 사만 점 넘게 모아 둔 곳인데, 원래는 종묘 옆 창경궁 안에 있다가 지금 이 자리, 옛 국군기무사령부 자리로 옮겨 왔대요. 임금이 쓰던 도장인 어보, 왕실 혼례 때 입던 옷까지 교과서에서만 보던 것들이 유리 너머로 실제 놓여 있었어요.

안은 시원하고 조용해서, 궁궐을 실컷 걸은 다음에 쉬면서 구경하기 딱 좋았어요.

이런 걸 봐요: 옛날 왕실 물건들, 시원한 전시실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이에요. 건물 모양이 남다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특정한 절 하나를 본뜬 게 아니라 법주사 팔상전, 화엄사 각황전 같은 우리나라 옛 목조 건축물 여러 채의 모습을 한데 모아 새로 설계한 거래요. 그러니까 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전시품인 셈이에요.

손으로 만져 보고 직접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눈으로만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이런 걸 봐요: 어린이박물관, 손으로 만져 보는 전시

통인시장

통인시장이에요. 1941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을 위한 공설시장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가, 광복 뒤에는 서촌 사람들의 살림을 책임지는 동네 시장으로 팔십 년 넘게 이어져 왔대요. 좁은 길 양옆으로 반찬 가게, 떡집, 정육점이 쭉 늘어서 있었어요.

엽전이라는 옛날 돈처럼 생긴 것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먹는 놀이도 했어요. 여기저기 골라 담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이런 걸 봐요: 좁은 시장 골목, 엽전도시락 만들기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은 1968년에 먼저 세워졌어요. 높이가 17미터나 되는데, 뒤로 보이는 명량대첩분수는 장군이 배 열두 척으로 왜적 배 백서른 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기리려고 훗날 새로 만든 거래요. 세종대왕 동상은 그로부터 사십일 년이나 지난 2009년, 한글날에 맞춰 이 광장에 들어섰고요.

두 분 다 우리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신 분들이에요. 동상 앞에 서니 아빠도 마음이 뭉클했어요.

이런 걸 봐요: 세종대왕 동상, 이순신 장군 동상
먹는 것

전통다원 찻집

인사동 근처, 한옥 마당이 있는 조용한 찻집에서 쉬어 갔어요. 대추차는 원래 궁궐에서 임금의 기운을 보한다고 올리던 차였는데, 대추를 오래 고아 낸 진한 물에 잣을 띄워 마시는 방식이 지금 우리가 마시는 대추차로 그대로 이어졌대요. 나무 기둥이랑 마당이 있어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어요.

새콤달콤한 대추차를 한 잔씩 마셨어요. 따뜻한 찻잔을 손으로 감싸니 마음까지 포근해졌어요.

달콤한 대추차라 아이니도 좋아했어요

아이노가든키친 저녁

광화문 근처 아이노가든키친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뜨거운 돌솥밥을 먹었어요. 곤드레나물은 강원도 산속에서 자라는 나물인데, 옛날에는 흉년에 굶주림을 견디게 해 준 구황작물이었대요. 지금은 향긋한 나물밥 재료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니, 같은 나물도 시대를 지나며 대접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었어요.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어요. 밑에 눌어붙은 누룽지까지 싹싹 긁어 먹었죠.

고슬고슬한 밥이라 아이니도 잘 먹었어요
골라볼까요

경복궁 말고 또 가 볼 수 있는 궁

추석 즈음엔 큰 궁들이 한복 입은 사람한테 공짜로 문을 열어 주고, 특별한 프로그램도 한대요. 아빠가 그중에 어디를 더 가 볼지 고르는 중이니까, 아이니도 같이 골라 봐요.

창덕궁 세계유산

경복궁 다음으로, 1405년 태종 임금 때 지어진 궁이에요. 산과 언덕을 억지로 깎지 않고 생긴 그대로 살려서 건물을 앉혔대요.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뽑혔는데, 그중에서도 후원, 옛날엔 '비원'이라고 불렀던 왕의 정원이 제일 유명해요. 우리나라 궁궐 중에 이런 후원이 남아 있는 곳은 창덕궁뿐이래요.

덕수궁 고궁

고종 임금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나와 지내다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가 된 뒤 황궁으로 삼은 곳이에요. 그래서 덕수궁엔 전통 한옥 건물 옆에 서양식 돌 건물인 석조전도 함께 서 있어요. 정문인 대한문 앞에서는 하루에 세 번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도 볼 수 있대요.

오늘의 경로
한복 입고
경복궁 구경
고궁박물관
통인시장
전통 찻집
돌솥밥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