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4 · 9월 18일 금요일

넷째 날, 실내 숲에서 강 위의 불꽃까지

앞 책엔 없던 동네예요. 여의도는 한강 한가운데 있는 섬인데, 서울에서 제일 큰 백화점과 제일 큰 공원과 제일 큰 강이 다 여기 있어요. 아침엔 백화점 안 숲에서, 오후엔 커다란 달 모양 기구를 타고, 해가 지면 한강 가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밤엔 배 위에서 불꽃놀이를 봐요. 금요일에만 있는 배라서 오늘이 딱 그날이에요.

가는 곳

더현대 서울

수유에서 4호선을 타고 동작에서 9호선 급행으로 갈아타면 여의도예요. 여의도역 3번 출구에서 지하 무빙워크가 백화점 안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비가 와도 우산을 안 펴요.

더현대 서울은 2021년에 문을 연, 서울에서 제일 큰 백화점이에요. 그런데 백화점 같지 않아요. 창이 없는 보통 백화점과 달리 천장이 유리라 햇빛이 들어오고, 안에 나무가 자라요. 문 여는 열시 반에 맞춰 들어가면 줄이 없어요.

이런 걸 봐요: 유리 천장, 층마다 뚫린 가운데, 사람 줄

사운즈 포레스트, 5층의 숲

5층에 올라가면 백화점 안에 진짜 숲이 있어요. 사운즈 포레스트라는 실내 정원인데, 천장이 이십 미터라 나무가 쑥쑥 자라요. 나무가 오십 그루 넘고, 사이사이 잔디와 벤치가 있어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그냥 앉아 있는 곳이에요. 옆에 블루보틀 커피가 있어서 아빠는 커피, 아이니는 우유를 들고 나무 밑에 앉았어요.

이런 걸 봐요: 백화점 안 진짜 나무, 천창으로 오는 햇빛

뱅크시 전시, 6층

6층 전시장에서 뱅크시 전시를 해요. 뱅크시는 영국의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 얼굴을 아무도 몰라요. 밤에 몰래 건물 벽에 그림을 그리고 사라져요. 풍선을 든 소녀, 꽃을 던지는 사람 같은 그림이 유명해요.

7월 22일부터 11월 3일까지 하는 전시예요. 어른 이만삼천 원, 어린이 만팔천 원. 아이니가 그 풍선 소녀 그림을 아는 게 아빠는 신기했어요.

이런 걸 봐요: 풍선 든 소녀, 얼굴 없는 화가

서울달, 하늘로 올라가는 달

더현대에서 나와 여의도공원으로 걸어가면 큰 달 모양 풍선이 하늘에 떠 있어요. 서울달이에요. 헬륨을 채운 기구인데, 줄에 묶여서 백삼십 미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요. 한 번 타면 십오 분.

스무 명이 같이 타요. 열세 살 미만은 어른이랑 같이 타야 해서, 아빠 손을 잡고 올라갔어요. 어린이 만오천 원, 어른 이만오천 원. 바람이 세거나 비가 오면 그날은 안 떠요.

이런 걸 봐요: 발밑의 한강, 63빌딩 꼭대기, 국회의사당 둥근 지붕

여의나루 한강공원

여의도공원에서 십오 분 걸으면 한강이에요. 여의나루역 2번 출구 바로 앞이 선착장 건물이고, 그 앞이 넓은 잔디밭이에요. 해 질 무렵에 도착하도록 시간을 맞췄어요. 오늘 해는 여섯시 삼십오분에 져요.

서울 사람들은 여기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요. 배달 음식을 시키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기타 치는 사람. 우리는 편의점에서 라면을 끓여서 강을 보며 먹었어요. 아이니가 이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 게 이 라면이에요.

이런 걸 봐요: 노을 지는 강, 돗자리 사람들, 다리 불빛

불꽃 크루즈, 배 위에서 보는 불꽃

밤 여덟시 반, 여의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요. 이크루즈의 불꽃뮤직크루즈는 매주 금요일 딱 한 번 뜨는 배예요. 한강 위를 한 시간쯤 떠다니다가, 배 위에서 불꽃을 쏘아요. 음악도 나와요.

우리 여행에서 금요일은 오늘과 추석 당일뿐이라 사실상 오늘이 유일한 기회였어요. 어른 사만오천구백 원. 아이니 요금은 전화로 물어봤죠. 불꽃이 강물에 비쳐서 두 배로 보였어요.

이런 걸 봐요: 물에 비친 불꽃, 다리 밑을 지나는 순간
먹는 것

호우섬 · 대나무 찜통 딤섬

더현대 지하 식품관에서 제일 줄이 긴 집이 호우섬이에요. 대나무 찜통에 딤섬을 쪄서 내주는데, 새까만 먹물 하가우가 유명해요. 하가우는 새우가 든 투명한 만두예요.

점심 줄이 길어서, 현대식품관 앱으로 미리 이름을 올리거나 열한시 전에 가요. 블랙 하가우 구천오백 원. 앞 책 코엑스에서 먹으려던 그 호우섬이에요.

뜨거우니 찜통 뚜껑은 아빠가

오설록 티하우스 · 말차 아이스크림

오설록은 제주도 차밭에서 온 차 가게예요. 더현대 안에 티하우스가 있어요. 여기서 제일 예쁜 건 말차 몽블랑 아이스크림. 초록색 말차 크림을 산처럼 돌돌 올려 줘요.

구천팔백 원. 이 날 아빠가 찍은 사진 중에 제일 예쁜 게 이거였어요.

말차는 조금 쌉쌀해요. 크림이랑 같이

카페 레이어드 · 강아지 케이크

카페 레이어드에는 강아지 얼굴 모양 케이크가 있어요. 얼그레이 퍼피 케이크. 얼그레이는 향이 나는 홍차인데, 그 맛 크림으로 강아지 얼굴을 만들었어요.

한 조각 칠천구백 원, 작은 홀 케이크는 이만삼천팔백 원. 아이니는 강아지 귀부터 먹었어요.

귀부터 먹을지 코부터 먹을지

테디뵈르하우스 · 어제 못 갔으면 여기서

어제 용리단길에서 곰인형 크루아상을 못 먹었으면 더현대에도 테디뵈르하우스가 있어요. 같은 곰, 같은 크루아상.

백화점 안 가게라 줄이 조금 짧아요. 곰인형은 여기도 앉아 있어요.

곰이랑 사진은 여기서 한 번 더

피에르 에르메 파리 · 63빌딩 마카롱

한강 가는 길에 63빌딩이 있어요. 금빛 유리로 된 63층짜리 건물인데, 그 지하에 올해 8월 새로 문을 연 피에르 에르메 파리가 있어요. 파리에서 제일 유명한 마카롱 집이에요.

마카롱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프랑스 과자예요. 색깔마다 맛이 달라요. 한강 라면 먹기 전에 여기서 하나씩 골라 갔어요.

한 입에 다 넣지 말고 반씩
골라볼까요

여의도에서 더 고를 수 있는 것들

더현대 안에만 밥집이 열 곳 넘어요. 배 시간만 지키면 나머진 마음대로예요.

마츠노하나 점심

튀김을 탑처럼 쌓아 올린 에비텐동이에요. 새우튀김이 그릇 밖으로 삐죽 나와요. 만육천팔백 원.

저녁

돌냄비에 우동이 보글보글 끓으면서 나와요. 6층 식당가. 만구천오백 원.

나의가야 저녁

불고기전골을 직원이 테이블에서 끓여 줘요. 국물이 달아서 아이니가 좋아하는 맛이에요. 이만팔천 원.

런던베이글뮤지엄 디저트

앞 책 잠실에도 나온 베이글 집이에요. 여기도 줄이 길어요.

금옥당 디저트

민화 그림 종이 상자에 든 양갱이에요. 양갱은 팥으로 만든 젤리 같은 한국 과자. 선물용으로 예뻐요.

영풍문고 여의도IFC몰점 서점

더현대 옆 IFC몰에 올해 4월 새로 연 큰 서점이에요. 문구 코너만 백팔십 평. 밤 열시까지.

CGV 여의도 영화

올해 7월 새로 고친 영화관이에요. 4DX가 있어서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이 불어요. 비 오는 날 카드.

진주집 점심

1974년부터 콩국수 하나로 줄을 세우는 집이에요. 콩을 갈아 만든 차가운 국수. 낮 열두시엔 회사원 줄이라 두시 넘어서.

정인면옥 저녁

평양냉면 집이에요. 배 타기 전에 이른 저녁으로. 만오천 원.

달빛 크루즈 · 선셋 크루즈

불꽃 배를 놓치면 매일 뜨는 달빛 크루즈(저녁 일곱시, 여덟시 반)나 해 지는 선셋 크루즈(여섯시)가 있어요. 불꽃은 없지만 강은 똑같아요.

오늘의 경로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
서울달
여의도공원
한강 라면
불꽃 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