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3 · 9월 17일 목요일

셋째 날, 케이블카로 올라가서 골목으로 내려와요

앞 책 둘째 날이 이번엔 셋째 날이 됐어요. 명동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에 올라갔다가, 반대편 후암동으로 걸어 내려와요.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걸으면 용리단길이라는 새 동네가 나와요. 곰인형이 앉아 있는 크루아상 집이 거기 있어요. 산을 넘어서 저녁까지, 오늘도 한 방향으로만 가요.

가는 곳

남산케이블카

1962년 5월,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사람 태우는 케이블카가 바로 이 남산케이블카래요. 회현동 아래에서 예장동 산 중턱까지 605미터를 밧줄에 매달려 올라가요.

명동역 4번 출구로 나와 남산 오르미라는 공짜 경사 엘리베이터를 타면 승강장까지 그냥 올라가요. 오르막을 걸을 일이 없어요. 케이블카 두 대가 밧줄 하나에 나란히 매달려서, 한 대가 올라가면 반대편 한 대는 내려와요. 딱 3분이면 산 아래에서 산 중턱까지 붕 떠서 도착해요.

이런 걸 봐요: 60년 넘은 케이블카, 서로 스쳐 지나가는 두 대

N서울타워

탑만 236.7미터인데, 남산 꼭대기에 올려 세워서 바다 높이로 치면 479.7미터나 된대요. 그래서 서울 어디서 봐도 이 탑 하나는 꼭 보인다고 해요.

1975년에 다 지어졌는데, 처음엔 방송 전파 보내는 탑이라 사람들은 들어가 볼 수도 없었어요. 5년이나 지난 1980년 가을에야 전망대 문을 열어 줬대요. 이름도 원래는 그냥 남산타워였다가, 2005년에 남산의 N, 새롭다는 New, 자연이라는 Nature를 따서 N서울타워가 됐어요.

이런 걸 봐요: 하늘 높이 솟은 탑, 서울을 내려다보는 전망대

사랑의 자물쇠

전망대 난간에는 반짝이는 자물쇠가 셀 수 없이 걸려 있어요. 열쇠를 잠그고 나면 그 열쇠를 저 아래로 던져 버린다니, 다시는 못 푸는 약속인 셈이에요.

이번엔 우리도 하나 걸어요. 자물쇠는 타워 매점에서 사요. 아빠가 잠그고, 열쇠는 아이니가 던지기로 했어요.

이런 걸 봐요: 반짝이는 자물쇠, 알록달록 소원들

후암동 108계단

산에서 내려와 후암동으로 걸어가니, 108개나 되는 긴 돌계단이 이어져 있었어요. 1943년,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신사로 가는 참배길로 처음 만들어진 계단이래요. 불교에서 사람 마음의 번뇌가 백여덟 가지라고 하는데, 그 숫자에 맞춰 계단 수도 108개로 지었다고 해요.

해방된 뒤에는 이 계단 위 동네에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 마을엔 지금도 해방촌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요. 다리는 좀 아팠지만,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마을이 점점 넓게 보였어요.

이런 걸 봐요: 끝없이 이어진 계단, 오래된 동네

후암동 동네

후암동이라는 이름은 마을에 있던 크고 둥근 바위, '두텁바위'에서 왔대요. 계단 위 언덕 마을은 따로 해방촌이라고도 불러요. 해방 뒤에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1960년대부터는 이 동네에 스웨터 짜는 작은 공장들이 잔뜩 들어섰는데, 한창일 땐 우리나라 스웨터의 삼십 퍼센트 가까이가 이 좁은 골목들에서 나왔대요. 지금은 그 흔적 대신 골목마다 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른 집들이 남아서,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이런 걸 봐요: 옹기종기 모인 지붕, 조용한 골목

용리단길

후암동에서 택시로 팔 분이면 용리단길이에요. 걸으면 삼십 분이라, 계단 내려온 다리를 쉬게 해요.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골목인데, 몇 해 전부터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 생기더니 이제 서울에서 제일 붐비는 골목 중 하나가 됐어요. 용산의 용에, 이런 골목들을 부르는 말 '리단길'을 붙인 이름이에요.

크루아상 집, 요거트 집, 스키야키 집, 규카츠 집이 다 걸어서 오 분 안에 있어요. 오늘 해는 여섯시 삼십칠분에 져요. 해 지는 걸 보면서 저녁 먹을 집을 골라요.

이런 걸 봐요: 줄 선 가게, 작은 간판, 골목 끝 기찻길
먹는 것

목멱산방 · 산나물 비빔밥

목멱은 남산의 아주 옛날 이름이에요. 남산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훨씬 전, 조선 사람들은 이 산을 목멱산이라 불렀고, 산꼭대기엔 불을 피워 나라의 소식을 전하던 봉수대도 있었대요. 그 옛 이름을 그대로 간판에 쓴 식당이 목멱산방이에요. 케이블카 승강장 바로 옆이라, 이번엔 올라가기 전에 먹어요. 열한시에 문을 여니까 딱 맞아요.

산나물을 듬뿍 넣은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비니까 고소한 냄새가 확 퍼졌어요. 산방비빔밥 한 상 만 원.

나물을 잘게 비비면 아이니도 먹기 편해요

산동만두 · 새우찐만두

후암동 골목에 산동만두가 있어요. 중국 산둥 지방에서 온 집안이 하는 만둣집이에요. 새우찐만두를 대나무 찜기째로 내줘요. 뚜껑을 열면 김이 확 올라와요.

한 판 만 원. 월요일엔 쉬는데 오늘은 목요일이라 열어요. 108계단을 다 내려온 다리한테 주는 상이었어요.

뜨거워요. 간장에 살짝만

테디뵈르하우스 · 곰인형 크루아상

용리단길에서 제일 유명한 집이에요. 테이블마다 큰 곰인형이 한 자리씩 앉아 있어요. 아이니 옆자리에도 곰이 앉았죠. 크루아상 하나 사천구백 원.

뵈르는 프랑스말로 버터예요. 곰과 버터의 집. 앉아서 먹으려면 줄을 서지만, 포장은 줄 없이 살 수 있어요.

바삭해서 부스러기가 많아요. 접시 위에서

도토리 용산 · 요거트볼

담쟁이덩굴이 벽을 덮은 작은 오두막 같은 카페예요. 그릭요거트에 과일과 그래놀라를 산처럼 올린 요거트볼을 팔아요. 첫날 수유에서 먹은 두쫀쿠도 있어요.

요거트볼은 이만팔천오백 원이라 둘이 하나만 시켜서 나눠 먹었어요. 아침 아홉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열어요.

시큼하고 차가워요. 과일부터

규카츠정 · 돌판 규카츠

저녁은 규카츠예요. 소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겉만 살짝 튀긴 걸 주는데, 속은 빨개요. 그걸 테이블 위 뜨거운 돌판에 우리가 직접 올려서 원하는 만큼 익혀 먹어요.

정식 만칠천 원. 삼각지역 1번 출구에서 오 분. 주문은 여덟시 반까지예요. 아이니는 돌판에 지글거리는 소리를 제일 좋아했어요.

돌판이 아주 뜨거워요. 젓가락으로만
골라볼까요

남산과 용산에서 더 고를 수 있는 것들

산을 넘는 날이라 발이 가는 대로 골라요. 후암동에도 용리단길에도 아빠가 봐 둔 곳이 더 있어요.

콤포타블 남산 카페

세 면이 통유리라 남산과 서울이 다 보이는 카페예요. 매일 밤 아홉시엔 불을 끄고 십오 분 동안 야경만 보는 소등식을 해요. 오늘은 내려가는 길에 낮 버전으로.

후암연립 카페

옛날 집을 고쳐 만든 카페예요. 이층 창으로 N서울타워가 보여요. 소금언덕이라는 이름의 케이크가 있어요.

언뎁트 카페

일본식 옛집을 고친 카페인데, 입구가 동굴처럼 돌로 되어 있어요. 이층 테라스에서 티라미수.

사랑방 참숯화로구이 저녁

테이블 위 참숯 화로에 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집이에요. 오후 네시에 열어서, 후암동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용리단길로 가는 순서도 돼요.

옹근달 디저트

일층부터 옥상까지 다 카페인 빵집이에요. 옥상 테라스에 앉으면 용산 지붕들이 보여요.

마제스키야키 저녁

테이블에서 직접 끓이는 스키야키예요. 얇은 소고기를 달콤한 국물에 익혀서 날달걀에 찍어 먹는 게 규칙이에요. 아이니가 해 볼지 말지 고민했죠.

치히로 서울용산점 저녁

교토식 덮밥집이에요. 튀김을 올린 텐동은 날생선이 없어서 제일 안전한 선택. 만삼천 원.

영풍문고 · 짱오락실 · 코인노래방 아이파크몰

신용산역에 붙은 큰 쇼핑몰 안에 큰 서점(8층), 오락실, 코인노래방이 다 있어요. 비 오면 후암동 대신 여기로 바로 와요. 코인노래방은 밤 열시 전에만.

오늘의 경로
남산케이블카
N서울타워
후암동 108계단
새우찐만두
용리단길
곰인형 크루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