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책 둘째 날이 이번엔 셋째 날이 됐어요. 명동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에 올라갔다가, 반대편 후암동으로 걸어 내려와요.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걸으면 용리단길이라는 새 동네가 나와요. 곰인형이 앉아 있는 크루아상 집이 거기 있어요. 산을 넘어서 저녁까지, 오늘도 한 방향으로만 가요.
가는 곳
남산케이블카
1962년 5월,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사람 태우는 케이블카가 바로 이 남산케이블카래요. 회현동 아래에서 예장동 산 중턱까지 605미터를 밧줄에 매달려 올라가요.
명동역 4번 출구로 나와 남산 오르미라는 공짜 경사 엘리베이터를 타면 승강장까지 그냥 올라가요. 오르막을 걸을 일이 없어요. 케이블카 두 대가 밧줄 하나에 나란히 매달려서, 한 대가 올라가면 반대편 한 대는 내려와요. 딱 3분이면 산 아래에서 산 중턱까지 붕 떠서 도착해요.
이런 걸 봐요: 60년 넘은 케이블카, 서로 스쳐 지나가는 두 대
남산케이블카 전체 모습
저 빨간 케이블카가 우리를 태우고 산 위로 올라갔어요. 1962년부터 이 자리에서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니, 아빠 아빠의 아빠 때부터 있었던 셈이에요.
케이블카 클로즈업
한 칸에 마흔여덟 명까지 탈 수 있대요. 우리는 딱 둘이었지만요.
창밖 서울 풍경
창밖을 보면 건물들이 점점 작아지는 게 다 보여요.
밧줄에 매달린 케이블카
이렇게 굵은 밧줄 하나에 케이블카 두 대가 매달려서 오르내려요. 한 대가 올라가면 꼭 다른 한 대가 반대쪽에서 스쳐 지나가요.
정상 승강장 도착
드디어 도착했어요. 여기서부터는 두 발로 걸어요.
N서울타워
탑만 236.7미터인데, 남산 꼭대기에 올려 세워서 바다 높이로 치면 479.7미터나 된대요. 그래서 서울 어디서 봐도 이 탑 하나는 꼭 보인다고 해요.
1975년에 다 지어졌는데, 처음엔 방송 전파 보내는 탑이라 사람들은 들어가 볼 수도 없었어요. 5년이나 지난 1980년 가을에야 전망대 문을 열어 줬대요. 이름도 원래는 그냥 남산타워였다가, 2005년에 남산의 N, 새롭다는 New, 자연이라는 Nature를 따서 N서울타워가 됐어요.
이런 걸 봐요: 하늘 높이 솟은 탑, 서울을 내려다보는 전망대
N서울타워 전체 모습
저 탑이 N서울타워예요. 방송 전파도 여기서 쏘고, 전망대도 있어서 두 가지 일을 같이 해요.
올려다본 N서울타워
가까이서 올려다보니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어요. 다 지어지고도 5년이나 문이 닫혀 있었다니, 그때 사람들은 얼마나 궁금했을까요.
타워 방향 표지판
이 표지판을 따라가면 타워가 나와요.
전망대에서 본 서울
전망대에 올라가니 서울이 이렇게나 넓게 보였어요. 이 높이에선 정말 서울 어디든 눈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랑의 자물쇠
전망대 난간에는 반짝이는 자물쇠가 셀 수 없이 걸려 있어요. 열쇠를 잠그고 나면 그 열쇠를 저 아래로 던져 버린다니, 다시는 못 푸는 약속인 셈이에요.
전망대 난간마다 이렇게 자물쇠를 매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2006년에 어느 연인이 처음 여기 자물쇠 하나를 걸었대요. 그러다 2008년에 텔레비전에 나오면서 다들 따라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난간이 안 보일 만큼 자물쇠로 뒤덮였어요.
자물쇠 무더기
가까이서 보니 진짜 자물쇠 말고도 하트 모양 나무패, 인형, 열쇠고리까지 다 매달려 있었어요.
자물쇠 클로즈업
자물쇠마다 이름이랑 하고 싶은 말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어요.
노을과 자물쇠
해 질 무렵엔 자물쇠 더미가 다 주황빛으로 물들었어요.
후암동 108계단
산에서 내려와 후암동으로 걸어가니, 108개나 되는 긴 돌계단이 이어져 있었어요. 1943년,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신사로 가는 참배길로 처음 만들어진 계단이래요. 불교에서 사람 마음의 번뇌가 백여덟 가지라고 하는데, 그 숫자에 맞춰 계단 수도 108개로 지었다고 해요.
해방된 뒤에는 이 계단 위 동네에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 마을엔 지금도 해방촌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요. 다리는 좀 아팠지만,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마을이 점점 넓게 보였어요.
이런 걸 봐요: 끝없이 이어진 계단, 오래된 동네
후암동 108계단 전체 모습
이 계단을 108개나 세면서 올라갔어요. 팔십 년도 더 된 계단인데, 유리 지붕만 나중에 새로 얹었대요.
계단 꼭대기에서 본 풍경
다 올라와서 뒤돌아보니 지붕들이 쭉 내려다보였어요.
경사형 승강기
2018년에 다리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이 작은 승강기를 놓았대요. 원래 하나였던 계단이 이걸 놓으면서 둘로 나뉘었어요.
동네 골목 계단
동네 곳곳에 이런 작은 계단들이 더 숨어 있었어요.
후암동 동네
후암동이라는 이름은 마을에 있던 크고 둥근 바위, '두텁바위'에서 왔대요. 계단 위 언덕 마을은 따로 해방촌이라고도 불러요. 해방 뒤에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1960년대부터는 이 동네에 스웨터 짜는 작은 공장들이 잔뜩 들어섰는데, 한창일 땐 우리나라 스웨터의 삼십 퍼센트 가까이가 이 좁은 골목들에서 나왔대요. 지금은 그 흔적 대신 골목마다 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른 집들이 남아서,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이런 걸 봐요: 옹기종기 모인 지붕, 조용한 골목
후암동 동네 풍경
언덕 위에서 보니 동네가 한눈에 다 보였어요. 이 낮은 지붕들 아래 예전엔 스웨터 짜는 소리가 가득했다니, 상상이 잘 안 갔어요.
골목에서 본 서울타워
골목 사이로 고개를 들면 저 멀리 아까 올라갔던 서울타워가 빼꼼 보였어요.
골목 벽화
이 담벼락엔 꽃이랑 풍경이 알록달록 그려져 있었어요.
용리단길
후암동에서 택시로 팔 분이면 용리단길이에요. 걸으면 삼십 분이라, 계단 내려온 다리를 쉬게 해요.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골목인데, 몇 해 전부터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 생기더니 이제 서울에서 제일 붐비는 골목 중 하나가 됐어요. 용산의 용에, 이런 골목들을 부르는 말 '리단길'을 붙인 이름이에요.
크루아상 집, 요거트 집, 스키야키 집, 규카츠 집이 다 걸어서 오 분 안에 있어요. 오늘 해는 여섯시 삼십칠분에 져요. 해 지는 걸 보면서 저녁 먹을 집을 골라요.
이런 걸 봐요: 줄 선 가게, 작은 간판, 골목 끝 기찻길
용리단길 골목
용리단길이에요. 원래는 조용한 주택가 골목이었는데, 2018년쯤부터 젊은 요리사들이 작은 식당을 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한 집 건너 카페고, 주말이면 줄이 골목을 채워요. 목요일 저녁이라 우리는 조금 편했어요.
용리단길 작은 가게들
가게들이 다 작아요. 열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집도 많죠. 그래서 문 앞에 이름을 적어 두고 골목을 한 바퀴 돌다 오는 게 여기 규칙이에요.
용리단길을 걷는 사람들
골목을 걷는 사람들이에요. 골목 끝은 신용산역. 여기서 4호선을 타면 갈아타지 않고 수유까지 한 번에 가요. 삼십오 분. 오늘 하루를 산 위에서 시작해 여기서 끝냈어요.
먹는 것
목멱산방 · 산나물 비빔밥
목멱은 남산의 아주 옛날 이름이에요. 남산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훨씬 전, 조선 사람들은 이 산을 목멱산이라 불렀고, 산꼭대기엔 불을 피워 나라의 소식을 전하던 봉수대도 있었대요. 그 옛 이름을 그대로 간판에 쓴 식당이 목멱산방이에요. 케이블카 승강장 바로 옆이라, 이번엔 올라가기 전에 먹어요. 열한시에 문을 여니까 딱 맞아요.
산나물을 듬뿍 넣은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비니까 고소한 냄새가 확 퍼졌어요. 산방비빔밥 한 상 만 원.
나물을 잘게 비비면 아이니도 먹기 편해요
목멱산방 전체 모습
여기가 목멱산방이에요. 한옥 건물 옆에 작은 폭포도 흘렀어요. 옛날 사람들이 부르던 산 이름을 그대로 간판에 담고 있는 셈이죠.
목멱산방 안내판
입구에 이렇게 목멱산방이라고 크게 쓰여 있었어요.
목멱산방 대문
이 나무 대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비빔밥 한 상
반짝이는 놋그릇에 밥이랑 나물이 이렇게 한 상 가득 나왔어요.
산동만두 · 새우찐만두
후암동 골목에 산동만두가 있어요. 중국 산둥 지방에서 온 집안이 하는 만둣집이에요. 새우찐만두를 대나무 찜기째로 내줘요. 뚜껑을 열면 김이 확 올라와요.
한 판 만 원. 월요일엔 쉬는데 오늘은 목요일이라 열어요. 108계단을 다 내려온 다리한테 주는 상이었어요.
뜨거워요. 간장에 살짝만
대나무 찜기에 든 새우찐만두
새우찐만두예요. 얇은 피 안에 통새우가 들어 있어서 씹으면 톡 하고 터져요. 만두는 중국에서 왔지만 한국 만두는 피가 얇고 속이 담백해요. 산둥은 중국에서 만두를 제일 잘 만드는 동네라고 아빠가 말해 줬어요.
테디뵈르하우스 · 곰인형 크루아상
용리단길에서 제일 유명한 집이에요. 테이블마다 큰 곰인형이 한 자리씩 앉아 있어요. 아이니 옆자리에도 곰이 앉았죠. 크루아상 하나 사천구백 원.
뵈르는 프랑스말로 버터예요. 곰과 버터의 집. 앉아서 먹으려면 줄을 서지만, 포장은 줄 없이 살 수 있어요.
바삭해서 부스러기가 많아요. 접시 위에서
테디뵈르하우스 가게 앞
테디뵈르하우스예요. 안에 들어가면 곰인형이 손님처럼 의자에 앉아 있어요. 크루아상은 겹겹이 결이 살아 있고, 초콜릿이나 아몬드가 든 것도 있어요. 곰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이 책에서 아이니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 될 거예요.
크루아상 진열
크루아상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이에요. 모양이 초승달 같아서요. 버터를 반죽 사이에 겹겹이 접어 넣어서 구우면 이렇게 층이 생겨요. 한 번 접을 때마다 층이 두 배가 되니까, 몇 번만 접어도 수백 층이 되죠.
도토리 용산 · 요거트볼
담쟁이덩굴이 벽을 덮은 작은 오두막 같은 카페예요. 그릭요거트에 과일과 그래놀라를 산처럼 올린 요거트볼을 팔아요. 첫날 수유에서 먹은 두쫀쿠도 있어요.
요거트볼은 이만팔천오백 원이라 둘이 하나만 시켜서 나눠 먹었어요. 아침 아홉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열어요.
시큼하고 차가워요. 과일부터
담쟁이가 덮인 도토리 카페 외관
도토리 용산이에요. 벽이 온통 초록 담쟁이라 골목에서 금방 찾아요. 앞 책에 나온 도토리숲과는 다른 가게예요. 그건 지브리 가게고, 여긴 요거트 카페. 이름만 같은 도토리라 아이니가 헷갈려했죠.
규카츠정 · 돌판 규카츠
저녁은 규카츠예요. 소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겉만 살짝 튀긴 걸 주는데, 속은 빨개요. 그걸 테이블 위 뜨거운 돌판에 우리가 직접 올려서 원하는 만큼 익혀 먹어요.
정식 만칠천 원. 삼각지역 1번 출구에서 오 분. 주문은 여덟시 반까지예요. 아이니는 돌판에 지글거리는 소리를 제일 좋아했어요.
돌판이 아주 뜨거워요. 젓가락으로만
돌판에 굽는 규카츠
규카츠예요. 규는 일본말로 소, 카츠는 커틀릿. 돈카츠의 소고기 형제죠. 겉은 바삭한 빵가루, 속은 분홍색. 돌판에 한 점씩 올려서 내가 원하는 만큼 익히는 게 규칙이에요. 아이니는 오래 익히고, 아빠는 살짝만.
골라볼까요
남산과 용산에서 더 고를 수 있는 것들
산을 넘는 날이라 발이 가는 대로 골라요. 후암동에도 용리단길에도 아빠가 봐 둔 곳이 더 있어요.
콤포타블 남산 카페
세 면이 통유리라 남산과 서울이 다 보이는 카페예요. 매일 밤 아홉시엔 불을 끄고 십오 분 동안 야경만 보는 소등식을 해요. 오늘은 내려가는 길에 낮 버전으로.
후암연립 카페
옛날 집을 고쳐 만든 카페예요. 이층 창으로 N서울타워가 보여요. 소금언덕이라는 이름의 케이크가 있어요.
언뎁트 카페
일본식 옛집을 고친 카페인데, 입구가 동굴처럼 돌로 되어 있어요. 이층 테라스에서 티라미수.
사랑방 참숯화로구이 저녁
테이블 위 참숯 화로에 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집이에요. 오후 네시에 열어서, 후암동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용리단길로 가는 순서도 돼요.
옹근달 디저트
일층부터 옥상까지 다 카페인 빵집이에요. 옥상 테라스에 앉으면 용산 지붕들이 보여요.
마제스키야키 저녁
테이블에서 직접 끓이는 스키야키예요. 얇은 소고기를 달콤한 국물에 익혀서 날달걀에 찍어 먹는 게 규칙이에요. 아이니가 해 볼지 말지 고민했죠.
치히로 서울용산점 저녁
교토식 덮밥집이에요. 튀김을 올린 텐동은 날생선이 없어서 제일 안전한 선택. 만삼천 원.
영풍문고 · 짱오락실 · 코인노래방 아이파크몰
신용산역에 붙은 큰 쇼핑몰 안에 큰 서점(8층), 오락실, 코인노래방이 다 있어요. 비 오면 후암동 대신 여기로 바로 와요. 코인노래방은 밤 열시 전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