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붉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백 년도 훨씬 넘은 성당이에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 건물이라, 지붕이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솟아 있어요. 꼭대기를 보려면 고개를 한참 젖혀야 하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밖의 소란이 뚝 끊기고, 서늘하고 고요한 공기가 감돌아요. 색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이 바닥에 알록달록한 무늬를 그려 놓아서, 아이니는 그 빛 조각을 밟아 보며 걸었어요.
서울에서 처음 맞는 온전한 하루예요. 앞 책에서도 첫날은 명동이었죠. 이번엔 성당에서 시작해서 명동 거리를 지나, 동쪽으로 걸어 을지로 골목까지 한 방향으로만 가요. 되돌아오는 길이 없어서 다리가 덜 아파요. 시차가 남아 있어서 짧게, 저녁 여덟시 반이면 숙소예요.
붉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백 년도 훨씬 넘은 성당이에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 건물이라, 지붕이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솟아 있어요. 꼭대기를 보려면 고개를 한참 젖혀야 하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밖의 소란이 뚝 끊기고, 서늘하고 고요한 공기가 감돌아요. 색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이 바닥에 알록달록한 무늬를 그려 놓아서, 아이니는 그 빛 조각을 밟아 보며 걸었어요.
성당 바로 아래, 땅속에 마련된 넓은 공간이에요. 이름의 '1898'은 성당이 완성된 해에서 그대로 따왔대요. 계단을 내려가면 서늘하고 조용한 방들이 이어져요.
그림을 거는 작은 미술관도 있고, 성당 기념품을 파는 가게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도 있어요. 백 년 넘은 성당 아래 요즘 공간이 숨어 있다니, 위아래로 시간이 겹쳐 있는 셈이죠.
해가 지면 명동 큰길 한복판에 포장마차들이 한 줄로 들어서요. 떡볶이, 꼬치, 회오리감자, 계란빵까지, 수레마다 다른 냄새가 나서 코가 먼저 바빠졌어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눈앞에서 바로바로 구워 주셔서, 우리는 걸으면서 하나씩 나눠 먹었어요. 한 손에 꼬치를 들고 다음 수레를 기웃거리는 게 명동을 걷는 제맛이죠.
명동 한복판에 이층짜리 큰 문구점이 있어요. 아트박스는 한국 아이들이 다 아는 문구·소품 가게인데, 명동중앙점은 그중에서도 큰 편이에요. 펜, 스티커, 다이어리, 인형, 가방, 그리고 이름을 모를 귀여운 물건들이 벽마다 가득해요.
밤 열한시까지 열어서 언제 들러도 돼요. 아빠는 앞 책에서 문구는 남대문 알파문구에서 산다고 했는데, 명동에도 이런 데가 있어서 아이니가 먼저 한 바퀴 돌았어요.
명동에서 동쪽으로 팔 분만 걸으면 을지로예요. 여기는 원래 인쇄소, 조명 가게, 공구 가게가 빽빽한 일하는 동네였어요.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그 오래된 건물 위층에 젊은 사람들이 카페와 작은 가게를 열기 시작했죠.
그래서 을지로 골목은 낮엔 기계 소리와 종이 냄새가 나고, 저녁엔 낡은 계단 위 어딘가에서 불이 켜져요. 간판이 작아서 찾는 재미가 있어요. 여기서부터 저녁까지 다섯 시간, 걸어서 삼 분 안에 다 있어요.
을지로 골목 안쪽, 좁은 틈으로 들어가면 커피한약방이 있어요. 조선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던 혜민서라는 관청이 있던 자리래요. 그래서 이름에 한약방이 붙었어요.
안에는 자개장, 괘종시계, 오래된 나무 의자가 있어요. 커피를 마시는 곳인데 옛날 한약방에 들어온 기분이죠. 아이니는 자개장 반짝이는 무늬를 손으로 따라 그려 봤어요.
명동성당에서 나와 명동 거리로 가는 길가에 브릭샌드가 있어요. 벽돌 모양으로 구운 피낭시에를 파는 가게예요. 아침 열시부터 밤 열시 가까이까지 열어요. 피낭시에는 버터를 태워 만든 프랑스 과자인데, 여기선 네 가지 색으로 만들어요.
하나에 이천이백 원. 벽돌 색 성당을 보고 나와서 벽돌 모양 과자를 먹는 게 아이니는 재미있었대요.
저녁은 즉석떡볶이예요. 테이블 위 버너에 냄비를 올리고, 떡과 어묵과 양배추와 라면 사리가 든 국물을 우리가 직접 끓여 먹어요. 라면 사리는 공짜예요. 이인분에 만오천 원.
주인 아주머니 혼자 하시는 작은 가게라 저녁 여덟시면 문을 닫고, 주문은 일곱시 십분까지예요. 매운맛이 천천히 올라오니까 아이니 옆엔 물을 두었어요.
을지로4가 쪽에 1946년부터 있는 우래옥이 있어요.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한식당 중 하나예요. 놋쇠로 만든 둥근 불판에 불고기를 올려 구워 먹어요. 불판 가장자리에 국물이 고여서 밥을 적셔 먹죠.
예약을 안 받아서 줄이 길어요. 다섯시 반 전에 가야 해요. 불고기 한 접시 사만육천 원이라 비싸지만, 아빠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데려가던 집이래요.
철문을 열면 또 계단, 그 계단을 올라가면 또 문. 을지다락은 사층 다락방에 있는 오무라이스 집이에요. 찾아가는 것부터 모험이죠.
다락 오무라이스 만칠천 원. 노란 달걀 이불 위에 소스를 부어 주면 아이니 눈이 커졌어요. 평일 밤 아홉시까지, 주문은 여덟시 이십분까지예요.
오늘은 짧은 날이라 다 못 가요. 아빠가 골라 둔 것들이니, 아이니 마음이 가는 걸로 하나 둘 더해요.
데미글라스 소스가 흥건한 옛날식 경양식 돈가스예요. 아빠 어릴 때 특별한 날 먹던 그 모양이래요. 한 접시 만오천 원.
1968년부터 북어국 딱 하나만 파는 집이에요. 밥, 국, 반찬을 계속 더 줘요. 아침 일곱시부터 열어서 서울 회사원들이 아침으로 먹는 국이에요.
명동 밀리오레 지하 이층 오락실이에요. 한 판에 오백 원에서 천 원. 인형 뽑기, 리듬 게임, 농구 게임. 비 오면 여기예요.
명동역에서 한 정거장, 밤 열한시까지 여는 만화카페예요. 한 시간 오천오백 원, 하루 종일 만팔천오백 원. 첫날 밤 수유에서 간 놀숲의 다른 지점이에요.
1968년에 지은 세운상가 건물 사층에 1984년부터 있는 다방이에요. 다방은 옛날식 카페예요. 팥빙수 칠천 원. 오후 일곱시면 닫아요.
마시는 게 아니라 씹어 먹는 음료 집이에요. 컵 속에 색색깔 젤리가 들어 있어서 굵은 빨대로 빨아올리면 입 안에서 톡톡 터져요. 한 잔 팔천칠백 원. 한일빌딩 삼층.
코코넛 우유로 만든 젤라또예요. 우유가 안 들어가서 배가 편해요. 충무로 쪽으로 삼백 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