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1 · 9월 15일 화요일

첫째 날, 비행기에서 내려 우리 동네까지

드디어 서울이에요. 오후 세시 사십오분에 인천공항에 내려서, 공항버스 한 번으로 우리가 보름 동안 지낼 동네 수유동까지 왔어요. 아이니 몸은 아직 텍사스 새벽이라 오늘은 멀리 안 가요. 국수 한 그릇, 동네 뒤 시냇길 산책, 그리고 한국 편의점 첫 구경. 딱 그만큼만 하고 일찍 자는 날이에요.

가는 곳

인천공항, 그리고 공항버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처음 맡는 한국 공기예요. 입국 심사에서 도장을 받고, 빙글빙글 도는 벨트에서 우리 가방을 찾고, 아빠가 전화 유심을 사는 동안 아이니는 공항 창밖으로 비행기 꼬리가 줄지어 선 걸 구경했어요.

공항 1층 문을 나서면 바로 앞이 버스 타는 곳이에요. 6102번 리무진 버스는 우리 동네 수유역까지 한 번도 갈아타지 않고 가요. 큰 가방은 버스 배 속에 넣고, 창가에 앉아 한 시간 반. 바다 위 긴 다리, 갯벌, 그리고 점점 촘촘해지는 아파트가 차례로 지나가요. 내리는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삼 분.

이런 걸 봐요: 바다 위 긴 다리, 창밖 갯벌, 버스 배 속에 들어가는 우리 가방

수유역, 우리 동네

버스가 수유역 앞 큰길 한가운데 정류장에 서요. 거기서 삼 분만 걸으면 우리 숙소예요. 이제부터 보름 동안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수유동은 관광지가 아니라 진짜 서울 사람들이 사는 동네예요. 역 앞엔 국수집과 빵집, 시장이 있고, 뒤로는 북한산이 보여요. 아이니가 매일 아침 '오늘은 어디 가?' 하고 물을 곳이죠.

이런 걸 봐요: 파란 4호선 표지판, 동네 뒤 북한산

우이천 밤 산책

저녁을 먹고 숙소 뒤로 나가면 우이천이라는 작은 시내가 흘러요. 북한산에서 내려온 물이에요. 물가를 따라 산책길이 나 있고, 올해 여름부터 밤에도 환하게 불을 켜 놓아서 밤 산책이 더 좋아졌대요.

봄엔 벚꽃길로 유명하고, 여름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곳이래요. 우리는 딱 이십 분만 걸었어요. 시차로 눈이 감기는 아이니한테 첫날 밤은 그걸로 충분했으니까요.

이런 걸 봐요: 물가에 켜진 조명, 다리 밑 오리

놀숲 수유점, 잠 안 올 때 만화방

밤인데 눈이 말똥말똥하면 숙소 옆 만화카페로 가요. 놀숲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푹신한 자리에 파묻혀 만화책을 보는 곳이에요. 밤 열두시까지 열고, 한 시간에 삼천 원.

노래방은 밤 열시가 넘으면 아이가 못 들어가지만, 만화카페는 그런 규칙이 따로 없어서 아빠랑 같이면 늦게까지 있어도 돼요. 아이니는 첫날부터 여기서 한국 만화책을 한 권 골랐죠.

이런 걸 봐요: 벽 가득 만화책, 굴 같은 자리
먹는 것

153구포국수 · 잔치국수

서울에서 먹는 첫 밥은 잔치국수예요. 수유역 바로 앞 153구포국수는 하루 종일, 밤에도 문을 열어요. 멸치로 우린 맑은 국물에 가는 국수, 위에 김가루와 계란 지단, 애호박. 한 그릇 칠천오백 원.

시차로 배가 고픈 건지 아닌지도 모를 때, 뜨겁고 순한 국수가 제일 편해요. 아이니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게 한국에선 괜찮다는 걸 여기서 배웠어요.

맵지 않아요. 국물까지 다 마셔도 돼요

카츠아키 · 돈카츠

국수 말고 든든한 게 먹고 싶으면 카츠아키예요. 돼지 등심을 이틀 동안 숙성시켜서 두툼하게 튀긴 돈카츠 집이에요. 로스카츠 한 접시 만오백 원부터.

밤 아홉시까지 열고 주문은 여덟시에 끝나요. 매달 첫째 화요일은 쉬는데, 9월 15일은 셋째 화요일이라 문을 열어요.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소스는 조금만

경스커피 · 두쫀쿠

수유역 앞 경스커피는 스물네 시간 여는 카페예요. 저녁 여섯시가 지나면 직원 없이 기계로만 주문하는 무인 카페가 돼요. 아이니가 화면을 눌러 직접 주문해 봤어요.

여기 유명한 건 두쫀쿠.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인데, 피스타치오 크림과 바삭한 면이 든 쫀득한 쿠키예요. 하나 오천사백 원. 내일 아침 간식으로 하나 더 샀어요.

달아요. 우유랑 같이

한국 편의점, 첫 구경

숙소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렀어요. 한국 편의점은 작은 슈퍼이자 밥집이에요. 삼각김밥, 바나나우유, 컵라면, 그리고 아이니가 처음 보는 과자 수십 가지.

삼각김밥은 비닐을 번호 순서대로 뜯어야 김이 안 찢어져요. 첫날은 실패했고, 둘째 날부터 잘하게 됐죠. 내일 아침거리를 사서 들어왔어요.

삼각김밥은 1, 2, 3 순서로 뜯어요
골라볼까요

첫날 밤, 더 고를 수 있는 것들

첫날은 멀리 안 가요. 그래도 숙소 옆에서 고를 수 있는 게 몇 개 더 있어요.

파리바게뜨 카페수유역점 빵집

아침 일곱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여는 빵집이에요. 내일 아침으로 빵과 우유를 사 두면, 첫 아침에 나갈 필요가 없어요. 한국 빵집엔 소보로, 단팥빵, 소금빵처럼 미국엔 없는 빵이 많아요.

공항철도 가는 길

버스 대신 탈 수 있는 기차예요. 공항 지하에서 직통열차로 서울역까지 사십삼 분, 서울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수유까지 삼십 분. 길이 막히는 날엔 이게 더 빠른데, 짐을 들고 갈아타야 해요.

오늘의 경로
인천공항
리무진 6102
수유역
잔치국수 저녁
우이천 산책
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