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밤에 다시 만나요
낮에 봤던 그 성당을 밤에 다시 찾아갔어요. 불이 켜지니까 빨간 벽돌이 더 따뜻하게 빛났어요.
뾰족한 지붕 끝까지 조명이 은은하게 올라가서, 낮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어요. 아이니랑 나란히 서서 한참 올려다봤어요.
벌써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이에요. 아빠는 아이니랑 처음 걸었던 명동으로 다시 왔어요. 이번엔 밤이라서 온 거리에 불빛이 반짝반짝했어요. 서울아, 다음에 또 올게, 하고 마음속으로 인사했어요.
낮에 봤던 그 성당을 밤에 다시 찾아갔어요. 불이 켜지니까 빨간 벽돌이 더 따뜻하게 빛났어요.
뾰족한 지붕 끝까지 조명이 은은하게 올라가서, 낮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어요. 아이니랑 나란히 서서 한참 올려다봤어요.
명동 큰길은 밤에도 환했어요. 가게 간판마다 불이 켜져서 길이 온통 반짝반짝했어요.
포장마차에서는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났고, 사람들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어요. 아빠는 아이니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었어요.
서울 여행 마지막으로 즉석 사진 부스에 들어갔어요. 조그만 방 안에서 아이니랑 아빠가 웃긴 표정도 짓고 예쁜 표정도 지었어요.
버튼을 누르니까 찰칵찰칵 네 번 소리가 났어요. 이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사진 네 장에 꼭 담아 놨어요.
서울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뽀얀 닭곰탕이었어요. 국물이 뽀얗고 따뜻해서 몸이 사르르 풀렸어요.
결이 살아있는 닭고기를 국물에 살살 적셔서 아이니 그릇에 얹어 줬어요. 마지막 밤이라 더 오래오래 국물을 떠먹었어요.
닭곰탕 말고도, 서울에는 아주 오래된 국물 가게들이 있어요. 다 부드러워서 먹기 편하고, 옛날 서울의 맛이에요. 마지막 밤을 어디서 보낼지 아이니랑 같이 골라 봐요.
1902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식당이에요. 백이십 년이 훌쩍 넘도록 오직 설렁탕 한 가지만 끓여 왔어요. 설렁탕은 소뼈를 아주 오래 고아서 눈처럼 하얗고 진하게 우려낸 국물이라, 밥을 말아 먹으면 속이 따뜻해져요.
1939년에 시작해서 아흔 살 가까이 된 곰탕집이에요. 한우 암소 양지로 맑게 끓인 곰탕이 유명해요. 다만 여기는 점심때만 열고 국물이 떨어지면 문을 닫아서, 가려면 낮에 일찍 가야 해요. 그래서 마지막 저녁보다는 낮에 들르는 곳이에요.
천막을 친 작은 가게들이 길가에 죽 늘어선 골목이에요. 떡볶이랑 어묵 같은 걸 서서 먹는 재미가 있어요. 이곳은 초저녁에만 잠깐 들르는 게 좋아서, 아빠가 시간 맞춰서 데려갈게요.
을지로3가에 있는, 스물네 시간 여는 깨끗한 코인노래방이에요.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가까워서, 마지막 밤을 노래 한두 곡 부르면서 마무리하기 딱 좋아요.